허리까지 내려오는 굵은 웨이브, 하얀피부에 쌍커풀이 없이 큰눈망울,
요새 여자들처럼 마르지않고 다소 통통해서 트랜치코트를 오픈해서 입은 정희는 또각또각 구두소리에 신나게 길을 걷는다.
멀리 은행나무가 보이는 자그마한 카페에 들어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그녀만의 공간이 될 장소를 찾았다.
2층 창밖이 보이는 바테이블.
주인의 눈치도 안보이고 멍하니 밖도 바라볼 수 있어서 지금의 그녀에겐 안성맞춤이다.
자리에 앉으니 종업원이 메뉴판을 주며 주문은 아래에서 하라고 말하며 사라졌다.
"뭘 마시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단것 보다는 씁쓸한 것을 좋아하는 그녀였지만 오늘은 그 날이였기때문에 왠지 단것이 땡겼다.
"카페모카? 카라멜라떼?"
혼잣말을 주저리 주저리하며 결국 카페모카와 치즈케잌을 선택한다.
'아 다이어트........는?...개나 주라지..'
오늘은 아무것도 신경쓰고 싶지 않다.
혼자 온 손님은 언제나 그렇듯 소지품은 그 자리에 두고 계산대로 이동해야 자리를 빼앗기지 않지만
놓고가자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결국 정말정말 중요한 값비싼 것들은 주머니에 넣고 아이패드는 옆에끼고 지갑을 들고
계산대가 있는 1층으로 직행한다.
보통 남들이 식사할 시간에 온 카페라서 다소 한산한것이 참 마음에 들어하며 계산을 마치고 올라온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정희야....널 좋아하는것같아.....
근데... 사랑하는지는 아직 모르겠어..."
정희는 어제 그가 했던 말이 떠올라 헛웃음을 입가에 띠었다
'늘 장난꾸러기 같았던 그에게서 나에게 고백했던 날 이후로 처음 본 진지한 말투와 눈빛.
구질구질한 사랑타령..
사랑이란 것이 무엇인지나 알고 저런말을 뱉는 걸까.
그냥 마음떳다고 말하지. 참 애쓴다.'
사랑이란 것은 착각에 불과 하다고.. 몸주고 마음주고 모든 것을 다 줘버리면
떠나버리는게 남자라며 정희에게 언제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한 친구 덕에
정희는 사랑이라는 것은 순간의 착각에 불과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녀의 남자친구가 한말은 그 말 있는 그대로의 뜻이라기 보단 헤어지기 위한 구실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 사랑해도 내일은 아닐 수 있고, 본인은 사랑이라 생각하지만 상대는 다를 수 있는 것이며
사랑이 밥먹여 주거나 늘 행복함을 주거나 그렇진 않음으로..
멍하니 여러생각에 머리가 복잡해 지고 있을때 마침 종업원이 올라오는 계단소리가 들린다.
가까워온다.
등을 돌려 계단입구를 쳐다본다.
그다.
정희는 알고 있다.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것을...
그가 말했던 좋아함도 여기까지라는것.
정희는 마음속으로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말들을 되뇌인다.
'나도 널 사랑하지 않아. 좋아하지도 않아.'
그는 옆자리에 앉아 그녀와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먼저 일어났다.
그녀는 심각한 얘기중에 종업원이 가져다준 카페모카와 치즈케잌을 한입도 대지 않고
멍하니 어두워진 창밖에서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래..
정말 끝이구나....'
연애가 끝났을때 늘 먹던 치즈케잌과 카페모카..
이번년도에만 세번째 같은 곳에서,
오늘도 같은 메뉴가 이별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그래서 이별의 마지막 순간은 언제나 진하게 부드럽고 달다.
- 2011/10/30 00:29
- honeycat.egloos.com/232240
- 덧글수 : 0
1



최근 덧글